세 번째 통증 악화로 다시 입원한 그녀를 찾아갔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을 때, 툭 던지는 낯선 말투가 먼저 날아왔다.
“아휴, 또야?“
문 쪽을 향하던 그녀의 지친 눈빛이 내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사르르 풀렸다.
“아, 선생님이시구나. 난 또 다른 사람인 줄 알고.”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녀는 해맑게 웃었다. 그녀가 손짓으로 나를 가까이 불렀다.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자,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속삭였다.
“방금 물리치료사 쫓아냈거든요.”
“왜요?”
“아파 죽겠는데 무슨 물리치료. 필요 없어요.”
“혹시 혼자 있고 싶으신 거라면, 나중에 다시 올까요?”
조심스레 묻자, 그녀가 눈을 장난스레 흘기며 말했다.
“선생님은 괜찮아요. 선생님이랑 얘기하면 마음이 좀 편해져요. 아픈 것도 잠깐 잊을 수 있고.”
“그렇다면 오래 있어야겠는데요.”
“아예 집으로 모셔가고 싶은 지경이라니까요. 그러니까 나중에 오신다는 말씀은 하지도 마세요.”
그러곤 다시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게다가 우리, 유머가 잘 통하잖아요.“
그녀와의 상담은 언제나 밝았다. 농담이 오갔고, 웃음이 흘렀고, 겉으로 보기엔 꽤 즐거운 시간처럼 보였다. 상담 중에 그녀는 평소에 통증이 너무 심해서 견딜 수 없다고 말하곤 했다. 현재 통증의 강도가 어느 정도냐고 물으면 항상 10점 중 8점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약물치료와 음악치료를 제외한 다른 치료를 그녀는 거부했다. 팀 회의에 들어가서 그녀의 케이스가 다뤄질 때면, 나는 늘 고민에 빠졌다. 여러 번의 세션 이후에도 나는 그녀의 모순적인 행동의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고, 그녀의 심리 사회적 배경 역시 좀처럼 깊이 파악할 수 없었다.
과장님은 내게 음악치료를 좋아하시니 그나마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의 뒤에는 혹시나 뭔가 알아내면 바로 알려달라는 당부가 내포되어 있었다.
우리는 약을 바꾸고, 용량을 조절하고, 접근 방식을 달리하며 여러 방향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떤 시도 끝에도, 그녀는 늘 웃으며 ”아프다“고 말했다. 이번 상담도 이전과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늘 그렇듯,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통증의 변화는 있었는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러던 그녀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선생님 생각엔, 내가 이상해요?“
갑작스런 질문에 나는 되물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세요?“
”저는 꽤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면이 있어요.“
”그런데요?“
”그냥…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선생님같은 사람은 나 같은 사람을 어떻게 느낄까 궁금해졌어요.“
”저 같은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요?“
”음악가요. 선생님도 예술을 하시는 분이잖아요.“
그녀의 말 속 ‘선생님도’라는 표현이 문득 가슴에 걸렸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천천히 말을 이었다.
”글쎄요, 저는 치료 과정에서 음악을 사용하긴 하지만, 음악치료사다보니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하긴 조금 조심스러워요.“
말을 하다보니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잠시 맘을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예술을 하는 분과 가까운 관계에 계셨던 적이 있나요?“
그녀의 표정이 순간 흐릿해졌다. 방금 전까지 웃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식어갔다.
잠시의 침묵이 흘렀고,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뮤즈. 선생님은… 뮤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또 다시 잠시 침묵하던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남편이 있었어요. 한 때는 제가 그의 모든 영감의 원천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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