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애착관계

어린 시절, 사랑은 나에게 단순하고 분명한 것이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품,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채워주는 무한한 온정. 사랑은 마치 항상 맑은 날씨처럼 변함없이 온화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마주한 사랑은 달랐다. 부모님은 내가 떼를 쓰면 단호히 거절하셨고,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 때는 빠르게 손을 내밀기보다 기다리셨다. 때로는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서 혼자 버려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린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랑이란 것은 언제나 달콤하고 쉬운 것 아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 사랑은 나의 삶의 기본 틀이자, 내가 숨 쉬는 공기와 같았다. 나를 곧게 세우고 싶어 하셨던 부모님의 사랑은, 내가 스스로의 발로 걸어가기를 기다리는 믿음이었다. 하지만 그 사랑이 나를 위한 것이었다는 깨달음은 훨씬 나중에야 찾아왔다.

어느날 공부하던 중 나는 애착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애착이론은 인간이 세상과 자신을 대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주 보호자와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그 이론을 배우며 나는 과거의 부모님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들의 기다림, 단호함, 그리고 때로는 어려웠던 가르침까지 모두 나를 위한 사랑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나를 가장 깊이 생각하게 만든 것은 이 깨달음이 하나님과의 관계로 이어졌을 때였다. 우리는 하나님과 안정적 애착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 앞에서 한참 동안 멈춰 있었다. 과연 나는 하나님과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그분의 사랑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을 뿐일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하나님과 안정적 애착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삶이 흔들릴 때, 고난이 닥쳐올 때, 나는 여전히 질문을 던진다. “왜 지금은 침묵하시나요?” “왜 제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나요?” 이런 질문 속에서 나는 불안해지고, 때로는 의심도 하며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고, 그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어쩌면 하나님과의 안정적 애착관계란 완벽한 확신이 아니라, 그분을 향해 끝없이 나아가려는 의지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내가 실수하고 부족한 상태로 있어도, 그분이 여전히 나를 기다리신다는 사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참된 기쁨과 평안을 느낄 수 있는 것.

그 사랑은 내가 바라는 만큼 단순하거나 쉬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나를 고통 속에 두고, 기다림 속에서 답을 찾게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랑이 나를 다듬고, 빚고, 내가 스스로 걸어 나가도록 만든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씩 깨닫는다.

타국에서의 삶 가운데, 나는 하나님께 의지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 과정이 언제나 순조롭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때로는 긴 외로움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순간들 속에서도 절대로 잊지 않는 한 가지가 있었다. 하나님은 언제나 나보다 앞서 모든것을 주관하고 계시고, 나의 생각, 계획, 그 모든 것보다 뛰어난 분임을.

하나님과 안정적 애착관계를 맺기 위해 애쓰고 싶다. 온전히 모든것을 내어놓고 믿고 의지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사랑과 위대하심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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