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할아버지와의 음악 치료는 단기적으로는 할아버지의 자기 효능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 할아버지가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실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의 진짜 목표는 장기적으로 할아버지가 우울증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개인 음악치료를 마칠 때 종종 할아버지에게 그룹치료에 대한 정보를 드리곤 했다. 그때마다 할아버지는 내게 본인의 상황을 알지 않느냐며, 자기는 이렇게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은은한 고집이 느껴졌다.
어떤 일이든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고,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나는 늘 말끝에 “이것은 그냥 정보일 뿐이고, 오실 수 있다는 것만 알려드리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의 방이 있는 복도에서 그룹 음악치료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할아버지의 방 문이 살짝 열리더니 보행기가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몇 분 후, 할아버지가 보행기에 자리를 잡고 앉으셨다. 비록 방 다섯 개를 사이에 둔 먼 거리였지만,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그룹 음악치료를 참관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그냥 할아버지가 머물고 싶은 곳에 계시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 개인 음악치료 시간에 할아버지에게 어떻게 느끼셨는지 여쭤보았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그룹 음악치료에서 하는 것들이 꽤나 재미있어 보였다며 미소 지으셨다.
날이 지나갈수록 할아버지와 그룹치료 환자들과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처음 한 달은 방 세 개를 사이에 두고, 그다음 두 달은 두 개를 사이에 두었다. 할아버지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셨고, 마침내 어느 날, 그 거리는 완전히 사라져 할아버지가 다른 환자들과 함께 그룹치료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날, 할아버지는 다른 환자들과 나란히 앉아 음악을 들으시며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셨다.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졌고, 나는 그 미소 속에서 할아버지가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할아버지는 특히 음악과 글쓰기 시간에 본인의 섬세함을 마음껏 드러내셨다.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직접 지어보고, 노래 가사를 적어보며 할아버지는 그동안 방 안에서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세상과의 소통과 창의성을 마음껏 펼쳐내셨다 (아래의 두개의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주축이 되어 그룹치료 시간에 적어내려간 크리스마스 동화이다.)

이 이야기를 적으며 즐거워 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오랜 시간 속 잃어버린 소통의 갈망이 해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할아버지는 개인치료를 그만 두고 그룹치료에 참여하기로 바꾸셨다. 개인 음악치료의 장기 목적이 1년의 시간 끝에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병실에서의 고립감을 벗어나 그룹치료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며, 할아버지는 다시 인생의 한 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에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는지를 알기에, 그 첫 걸음이 다시 떼어내는 것을 도울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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